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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기록 7. 오퍼와 협상, 그리고 오프보딩

13 min read|20. 4. 23.

2020-turnover-7

모든 프로세스가 끝나고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즈음, 최종 합격 소식을 받은 회사가 있다면 정말 기쁠 것입니다. 오퍼를 받고 채용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 연봉을 협상하기 위해 오퍼를 조율하는 노하우가 아닌 겪었던 경험을 공유합니다.

Table of Contents

  1. 이상과 현실
  2. 오퍼 조율과 수락
  3. 입/퇴사일 협의
  4. 오프보딩

이상과 현실

최종 합격을 하게 되면 인사 담당자와 처우 협의가 시작된다. 간혹 최종 합격 이전에 희망 연봉을 묻거나 현재 직장의 연봉을 묻는 회사가 있다. 회사마다 프로세스가 다를 수 있으니 이해하지만 최종 합격 상태가 아닌 상태에서 내 개인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거절하기도 했다.

희망 연봉이 얼마인가요

지원자를 배려하는 회사라면 보통 이 질문부터 한다. 여기에서 희망 연봉은 지원자가 희망하는 연봉 수준이라기 보다는 **'현재 받고 있는 연봉에서 어느 정도 더 받아야 이직을 할 것 같니?'**라는 질문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 질문에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일단 이번 이직 중에는 희망 연봉을 먼저 공개한 경우는 없었다.

자신의 실력을 정확히 객관화하고 있고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개발자라면 먼저 연봉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봉과 관련된 정보는 대략적인 통계 정보만 접할 수 있을 뿐 대부분 비공개이기 때문에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 제대로 파악된 것이 아니라면 희망 연봉을 먼저 공개하는 것은 지원자 입장에서 불리한 면이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만약 희망 연봉을 10억이라고 말했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12억을 생각하고 있다가 희망하는대로 더 낮은 금액을 오퍼로 줄 수 있다. 그렇다고 희망 연봉을 터무니없이 높게 부르게 되면 추후 협의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실제로 터무니없이 높게 불러본 경험은 없다.)

그래서 이 질문에는 대답하기 어렵다고 하고 먼저 제시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인사 담당자도 순순히 연봉을 먼저 제시하지 않는다.

연봉 계약서와 근로원천징수영수증

'현재 직장 연봉에서 어느 정도 더 받아야 이직을 할 것 같니?'를 자신들이 판단하기 위해 현재 직장의 연봉 계약서 또는 근로원천징수영수증을 요구한다. 어디서 듣기로는 '먼저 연봉을 공개하는 순간 지는 것이다.' 이런 말들이 있는데 직접 겪어보니 잘 모르겠다. 내가 연봉 계약서를 전달하지 않으면 협의가 아예 진행되질 않는다.

어떻게서든 회사에서 생각하고 있는 연봉 수준을 알아보려고 나와 비슷한 연차의 개발자들이 어느 정도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는지 물어봤지만 연차 기준으로 연봉을 산정하지 않는다, 개인 정보라서 공개할 수가 없다 등의 답변을 받았다.

일단 협의를 하고 있는 상대방은 인사 담당자이다. 개발자들이 평소에 개발을 하는 것처럼 인사 담당자는 평소에 이런 협의를 한다. 이런 저런 이유를 제안하면서 연봉 계약서 공개를 미루다가 손에 들려있는 패가 다 떨어져서 결국 공개했다.

커뮤니케이션이 오랫동안 진행되면 정말 피곤하다. 처음부터 연봉 계약서를 전달하고 조율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신 건강에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후반에 합격 소식을 받은 회사와는 그렇게 진행을 했다.

오퍼 조율과 수락

인사 담당자는 전달받은 연봉 계약서 기준으로 오퍼를 제시한다. 받은 오퍼는 조율의 여지가 있지만 합당한 근거를 기반으로 조율을 시도해야 한다. 이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타 회사의 오퍼이다. 무기가 있다면 몇 가지 보조 무기들을 준비해서 오퍼 조율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오퍼 조율을 위한 보조 무기

  • 오퍼를 받은 다른 회사보다 퍼포먼스가 더 높을 수 있는 근거
  •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의 경험과 업무 연관성
  • 이 시장에서 다른 개발자들과 비교하여 자신이 얼만큼 더 훌륭한지

가고 싶은 회사라는 어필보다 다른 회사에서보다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조율을 시도하면 인사 담당자 분들도 타사 오퍼레터를 공유해달라고 한다. 보통 오퍼레터는 타인에게 공유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도록 한다.

적정한 연봉 수준

'적정'하다는 것이 사람마다 다른 것이기 때문에 처우가 어느 정도 나아져야 적정한 수준인지는 모르겠다. 받은 오퍼들도 그 수준이 전부 달랐다. 다만 자신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대비 적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봉 계약서에 찍히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집과 직장의 거리, 복지 수준 등도 빠뜨리지 않고 고려해보고 자신과 잘 맞는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입/퇴사일 협의

오퍼를 수락했다면 이직하는 회사의 첫 입사일을 정하고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퇴사일을 결정한다. 보통 오퍼 수락 후 입사까지 한달 이상의 시간을 내어주진 않는다. 이 때 고려해야할 것은 다음과 같다.

  • 재직 중인 회사, 인수인계에 필요한 시간은?
  • 재직 중인 회사, 사용해야만 하는 휴가는?
  • 이직하는 회사, 요구하는 입사일은?
  • 나는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할 것인가?

이직을 마무리하고 퇴직 후 입사까지 비어있는 시간은 직장인에게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잘 협상한다면 여러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오프보딩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것을 온보딩이라 한다면 속했던 팀을 떠나는 것을 오프보딩(Offboarding)이라고 한다. 회사마다 많이 다르겠지만 퇴사 프로세스가 존재하고 속해있던 조직과의 인사 뿐만 아니라 HR면담, 퇴직 설문 등 여러 가지 절차가 있다.

카운터오퍼

필자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았지만 퇴직한다는 말을 했을 때, 카운터 오퍼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개인적은 생각으로는 이 오퍼는 받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미 조직을 떠나려고 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번 카운터 오퍼를 통해 지금 당장은 더 좋은 처우를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퇴직

매니저가 있다면 매니저 직책의 동료에게 퇴직 사실을 알리고 없다면 팀장이나 조직장에게 이 사실을 먼저 공유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프로젝트를 하고 있던 동료들에게 퇴직 사실을 직접 알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인수인계 할 것이 있다면 최대한 성실히 응하여 자신의 퇴직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힘들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건강한 조직이었다면 인수인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혼자서 팔로업하고 있던 이슈들은 문서화하고 담당했던 부분들을 중심으로 전달하면 된다.

팀내 리소스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한다는 사실을 공유했지만 팀원분들 모두가 축하해주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마무리

길었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직이 마무리되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채용 프로세스에 대한 생각, 이직에 대한 생각 등 이번 이직 과정에서 느꼈던 점들,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